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우연히 지인에게서 선물을 받아 읽게 된 책입니다. 간단한 줄거리와 좋았던 내용, 작가소개를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지극히 초현실주의자라 소설책은 그닥 와닿지가 않아서, 실제 경험과 연륜이 묻어나오는 에세이 장르를 주로 읽었었는데, 오랜만의 소설책이 꽤 따뜻하고 흥미롭게 느껴져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게 되었어요. 오랫동안 기억하고자 책 내용을 옮겨 적어 봅니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도서 줄거리
휴남동 가정집들 사이에 문을 연 평범한 동네 서점. 처음 몇 달간은 자신이 손님인듯 어색하게 서점에 들어서던 영주.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생각하며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둘 되찾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처음 서점을 열 때는 내면이 소진되고 텅 빈 것만 같았는데 서서히 그런 느낌이 사라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자신이 꽤 건강해졌다는 사실을. 그 순간부터 휴남동 서점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된다. 사람이 모이고 감정이 모이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으로. 이곳에 크고 작은 상처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서점이라는 공간에 있으면, 우린 조금더 좋은 사람이 되니까요.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우리 인간은 복잡하게 만들어졌지만 어느 면에선 꽤 단순해. 이런 시간만 있으면 돼. 숨통 트이는 시간. 하루에 10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 살아 있어서 이런 기분을 맛보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시간." - 책소개 내용 중 발췌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의 인물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크게 티는 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다. 작은 디테일을 요리조리 바꿔가며 새롭게 배우고 연마한다. 세상의 기준에서 엄청난 성공을 불러올 행동은 아닐지라도, 무언가를 계속하면서 그들은 변화하고 성장한다. - 작가의 말에서 발췌
좋았던 내용
그가 말하는 행복이란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긴 인생을 저당 잡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요. 마지막 순간에 한 번 행복해지기 위해 평생 노력만 하면서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행복이란 게 참 끔찍해졌어요. 나의 온 생을 단하나의 성취를 위해 갈아 넣는 것이 너무 허무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이제 행복이 아닌 행복감을 추구하며 살아야지 하고 생각을 바꾼 거에요. 우리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거든.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저 사람들도 다 힘드네? 내 고통은 지금 여기 그대로 있지만 어쩐지 그 고통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아. 태어나서 죽을 떄까지 마른 우물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는 확신도 들어.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진 않아. 좋아하는 일을 좋은 환경에서 하면 모를까. 어쩌면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좋아하는 일도 포기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리거든. 그러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 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 라는 말은 누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진 않는다.
작가의 말
작가 황보름.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기술자로 일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면서도 매일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지 않고 있다. 정확히 몇 월 몇 시 몇 분에 이 생각을 떠올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정말 소설을 쓰고 있었다. 서점 이름의 첫 글자는 '휴' 로 시작되어야 한다, 서점의 대표는 영주이고 바리스타는 민준이다. 딱 이 세가지 아이디어만 갖고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쓰는 시간은 놀라울 만큼 즐거웠다. 그간 경험한 글쓰기는 책상에 나를 끌어 앉히고자 하는 지난한 투쟁에 가까웠다면, 이번엔 아니었다. 어제 쓰다 만 대화를 빨리 잇고 싶어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 밤에는 건조해진 눈과 뻣뻣해진 허리와 하루 노동량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나름의 규칙떄문에 아쉬운 마음으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제대로 숨 쉴 틈도 없이 하드코어 하게 흘러가는 일상으로 부터 벗어난 공간. 더 유능해지라고, 더 속도를 내라고 닦달하는 세상의 소리로부터 물러난 공간. 그 공간에서 부드러운 결로 출렁이는 하루. 이 하루는 우리에게서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하루가 아니라 채워주는 하루다. 시작엔 기대감이 있고 끝엔 충족감이 있는 하루다.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 있고, 성장에서 비롯된 희망이 있으며, 좋은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대화가 있는 하루다. 무엇보다 몸이 만족하는, 마음이 받아들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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