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도서 목차
001. 말, 마음에 새기는 것
더 아픈 사람/ 말도 의술이 될 수 있을까/ 사랑은 변명하지 않는다/ 틈 그리고 튼튼함/ 말의 무덤, 언총言塚/ 그냥 한번 걸어봤다/ 여전히 당신을 염려하오/ 당신은 5월을 닮았군요/ 목적지 없이 떠나는 여행/ 부재不在의 存在/ 길가의 꽃/ 진짜 사과는 아프다/ 가짜와 진짜를 그별하는 법/ 우주만 한 사연/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 헤아림 위에 피는 위로라는 꽃/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결혼/ 마모의 흔적/ 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녀석/ 노력을 강요하는 폭력/ 솔로 감기 취약론/ 분주함의 갈래/ 희극과 비극/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 원래 그런것과 그렇지 않은것/ 한 해의 마지막 날 / 더 주지 못해 미안해/ 부모와 자식을 연결하는 끈/ 애지욕기생
002. 글, 지지 않는 꽃
긁다, 글, 그리움/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 사랑이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머니를 심는 중/ 사람을 살찌우는 일/ 눈물은 눈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대체할 수 없는 존재/ 대체할 수 없는 문장/ 라이팅은 리라이팅/ 내 안에 너 있다/ 행복한 사전/ 모두 숲으로 돌아갔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둘만의 보물찾기/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시간의 공백 메우기/ 무지개 다리/ 자세히 보면 다른 게 보여/ 지옥은 희망이 없는 곳/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 사내가 바다로 뛰어드는 이유
003. 행行, 살아 있다는 증거
모자가 산책을 나선 까닭/ 바람도 둥지의 재료/ 이세돌이 증명하다/ 당신의 추억을 찾아드린 날/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분노를 대하는 방법/ 동그라미가 되고 싶었던 세모/ 지지향, 종이의 고향/ 감정은 움직이는 거야/ 제주도가 알려준 것들/ 여행의 목적/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선을 긋는 일/ 그녀는 왜 찍었을까/ 여러유형의 기억들/ 어른이 된다는 것/ 나이를 결정하는 요소/ 여행을 이끄는 사람/ 부드러운 것과 딱딱한 것/ 이름을 부르는 일/ 가능성의 동의어/ 하늘이 맑아지는 시기/ 계적의 틈새/ 계절이 보내온 편지/ 몸이 말을 걸었다/ 화향백리 인향만리/ 관찰은 곧 관심/ 나를 용서해야 하는 이유/ 타인의 불행/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 느낄때
좋았던 내용
사랑은 변명하지 않는다. 경로석에 앉은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할머니 옆에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제법 시끄러웠다. 게다가 어르신은 뉴스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어허""이런" 등의 추임새를 꽤 격렬하게 넣었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앵커 멘트와 어르신의 목소리가 객차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손등에 살포시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여보 사람들 많으니까 이어폰 끼고 보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아, 맞다. 알았어요. 당신 말 들을게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주섬주섬 이어폰을 꺼내더니 보일 듯 말 듯한 엷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귀에 꽂았다. 일련의 동작이 마지못해 하는 행동은 아닌 듯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당신 말 들을게요" 라는 어르신의 한마디가 내 귀에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오"라는 문장으로 들렸다.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작가의 말
작가 이기주.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 우리말이 대표적입니다. 한글은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집니다. 친구를 앞에 두고 "넌 얼굴도 예뻐" 하려다 실수로 "넌 얼굴만 예뻐" 라고 말하는 순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됩니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습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릅니다. 온기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줍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우긴커녕 꽁꽁 얼어붙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 쯤 될까요? 글쎄요.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게 아닐까요.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당신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떄문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요.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책에 담았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어주세요. 그러면서 각자의 언어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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